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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역 솟대엔 통일의 꿈 영글죠” – 경향신문

작성자 : peace3000 ——작성일 : 2005-07-27 조회수 : 180


하나, 둘, 셋. 사회자가 수를 외쳤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맞받아 소리를 쳤다. “새야 날아라.”

아이들이 도라산역 철길 옆에 막 세워놓은 파랗고, 빨갛고, 알록달록한 솟대. 50여m 늘어선 솟대 꼭대기에 앉아있던 새들이 일순 북녘 하늘을 향해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평화통일은 어린이들만이 할 수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미 체제교육에 찌들어 있잖아요. 남이든 북이든 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평화단체 ‘평화3000’(이사장 호인수)의 이사를 맡고 있는 양운기 성안드레아병원장(45). 그는 솟대를 세우고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눈부신 듯이 바라봤다. 남한 쪽 경의선의 마지막 역, 남과 북에서 불어온 바람이 뒤섞여 도라산역 플랫폼에 작은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평화3000’이 지난달부터 매주 일요일 여는 어린이 평화통일 체험행사 ‘도라산 평화여행’이 24일 벌써 7번째를 맞았다. 도라산역은 북한의 개성과 평양, 신의주를 거쳐 베이징, 모스크바, 파리로 이어지는 유라시아철도의 남한 쪽 출발역이다. 아직 통일이 되지 않아 기차는 오고가지 못하지만 명색이 남한 유일의 국제선역이다.

“꿈을 꾸지 않으면 이뤄지는 것이 없습니다. 통일도 꿈을 꿔야지요. 꿈 많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 평화통일의 꿈을 더해주기 위해 행사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날 행사는 50여명의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의 손을 잡고 참가, 도라산역과 도라산전망대를 둘러보고 가족이 함께 평화의 범종을 친 뒤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솟대를 만들어 세웠다.

양원장의 역할은 명예역장. 명예역장이 하는 일은 채 지어지지 않은 국제선 출국심사대에 서서 아이들의 임시여권에 출국도장을 찍어주는 일. 영화 ‘그 때 그 사람들’에서 비서실장 역을 맡았던 배우 권병길씨(59)도 명예역장으로 나와 출국도장 옆에 사인도 해줬다.

“어디 가십니까. 아, 파리요. 거기는 한 보름쯤 걸립니다.” 가지 못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천진난만하게 파리에 간다고 얘기하는 아이들이 양원장은 대견스러운 듯했다.

복자수도회 수사로 5년 전부터 경기 이천에 있는 정신과병원인 성 안드레아병원을 맡아 일하고 있는 양원장은 2003년 12월 보통사람들의 통일운동 단체인 평화3000 설립 때부터 참여해 이사를 맡아왔다. 병원장을 맡기 전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을 하던 그는 “통일운동이 몇몇 운동가나 명망가 위주로 이뤄져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보통사람들이 계속해서 회원으로 들어와 평화3000을 이끌어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진정으로 평화3000이 되는 거지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그는 “평화는 서로의 인권을 찾아주고 찾는 일”이라고 했다.

“정신과 치료시설인 저희 병원에서도 창살과 담을 다 헐었습니다. 그들을 감금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습니다. 물론 감금할 때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그런 문제는 곧 사그러듭니다.”

그는 통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요즘 얘기를 꺼냈다. “소위 보수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칩시다. 그런 사람들이 이 케케묵은 담을 허물지 않으면 누가 허물겠습니까. 문제는 자신이 제 정신이라면서 자꾸 담을 쌓으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는 아주 단순하게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인정하는 게 곧 평화”라며 차를 몰아 이천으로 떠났다.

도라산 평화여행 행사는 8월 중순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9시50분 서울역에서 떠난다. 참가신청은 홈페이지(www.peace3000.net)로 받는다.

[경향신문] 200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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