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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와 생활한 율리오 형제, 윤종일 신부에게 감사편지 띄워

 

 

암환자에게 안수 거절한 윤종일 신부

이태석 신부와 생활한 율리오 형제, 윤종일 신부에게 감사편지 띄워

고동주 기자

경기도 양평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는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태석 신부도 생전에 이곳에서 투병생활을 했는데, 그가 아프리카에서 불린 애칭 ‘쫄리’를 붙여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암환자들은 스스로 ‘쫄리암족’이라 부른다.

이태석 신부와 함께 생활했던 율리오 형제는 근육암을 앓고 있는데, 그가 암 진단을 받고 나서 윤종일 신부에게 안수를 부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윤종일 신부는 미사 시간에 이미 강복을 했다며 거절했다.

수술 후 얼마 되지 않아 다리를 절뚝거리며 찾아가서 부탁한 안수인데, 거절당한 율리오 형제의 섭섭한 마음은 상당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윤종일 신부의 거절은 마음을 다해 안수를 주기 위한 거절이었음이 밝혀진다. 율리오 형제가 윤종일 신부의 은경축을 맞아 쓴 편지에 윤종일 신부의 마음 씀씀이가 담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부님께서 꿈을 꾸셨다고, 깊은 기도 후에 저에게 안수를 주셨습니다.
가슴속 깊이 전율이 흘렀고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윤종일 신부는 안수 후에도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챙겨주고, “명상과 묵상을 통해 기를 모아 암세포를 쑥 밀어내라”며 율리오 형제에게 용기를 주었다.

율리오 형제는 유명한 사람인지도 모르고 이태석 신부와 함께 동고동락했다며, 윤종일 신부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하기도 한다.

수도원 원장인 윤종일 신부의 말은 유난히 무뚝뚝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당황케 하지만, 밤늦게 전화하는 하소연도 받아주고, 쫄리암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쫄리암족이 윤종일 신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아래는 율리오 형제가 윤종일 신부의 은경축을 맞아 보내는 편지의 전문이다.

   
▲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양평수도원 콜베마을 ⓒ콜베마을 홈페이지

율리오 형제가 윤종일 신부님에게 드리는 편지

 

 

 

어떤 신부님이 계셨습니다.
미사 후에 신부님께 안수를 부탁드렸습니다.
하지만 미사 시간에 강복을 주셨다고 거절하셨습니다.
암 진단과 수술 후 얼마 되지 않아 다리를 절뚝거리며 왔는데 좀 섭섭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부님께서 꿈을 꾸셨다고,
깊은 기도 후에 저에게 안수를 주셨습니다.
가슴속 깊이 전율이 흘렀고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 후 저를 이쪽저쪽으로 데리고 다니시며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보여주시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 이후 명상과 묵상을 통해 기를 모아 암세포를 쑥 밀어내라고 하셨습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제대봉사를 하라며 제대를 정리하는 것을 시키신 신부님,
그 당시에는 왜 하는지도 몰랐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 이렇게 중요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일에 저를 시키신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몇 달 전에는 신부님의 아버님 묘소에도 데리고 가셨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이 오실 때,
“율리오야 태석이 오면 너도 같이 지내라. 아마도 좋을끼다”하셨을 때,
저는 이태석 신부님이 그렇게 유명한 분인 줄 몰랐고,
그냥 건성으로 “네”하고 대답했지요.
근데 그런 분을 제가 옆에서 동고동락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보고, 때로는 고민도 상담하고, 때로는 울고, 웃고,
어쩔 때는 밤늦게 전화로 하소연도 했었습니다.
현세에서 자본주의의 위대함을 배웠던 저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쫄리암족인 일미나님, 스텔라님, 소피아님, 세례자요한님 등등
항상 낮은 이들의 벗이 되어주신 신부님,
저희 쫄리암족의 든든한 버팀목이시고
흔들림 없게 지켜주시는 든든한 신부님이십니다.

“단체환영, 개인사절”
“회개는 지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다”
수많은 신자가 고해를 하고 고민을 상담하는데,
“나는 뭐 없는 줄 아느냐고, 나도 힘들다”하신 신부님의 말씀들…….

티도 신부님!
은경 축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까지 신부님의 고행 시간을 어떻게 저희가 감히 짐작하겠습니까?
현세의 욕망을 모두 버리고 맨정신으로 수도자의 길을 걸으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인고의 길이겠습니까?

   
하느님의 사랑을 아시니 한없이 기쁘셨겠지만,
저희 쫄리암족들처럼 무참히 짓밟히고 쓰러질 때,
어떻게 이겨내셨으며,
어떻게 하느님께 더더욱 다가가셨습니까?

티도 신부님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건강하시고 낮은 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쫄리암족이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윤종일 신부님은 평화3000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2012-01-27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기사원문보러 가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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