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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역 솟대는 통일을 담고…

작성자 : peace3000 ——작성일 : 2006-07-25 조회수 : 148



북쪽으로 가는 첫번째역에서 펼쳐진 ‘평화여행’


▲ 김준호 학생이 평화통일의 꿈을 담아 솟대를 만들고 있다.
ⓒ 김용국
▲ 제2회 도라산 평화여행 기차가 출발하고 있다.
ⓒ 김용국
22일 낮 도라산 역. 열 살 안팎의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평양 가는 플랫폼에 들어섰다.

“여러분, 평양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내자의 한마디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이들의 눈길이 남쪽 방향 기찻길로 쏠린다.

“정말로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왜 우리는 더 갈 수 없을까요?”

낙담한 어린이들의 표정이 안타깝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이면 철길이 열릴까.

남녘의 최북단역인 도라산 역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평화여행’에 참가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사단법인 평화 3000이 마련한 이 행사의 정식명칭은 ‘달려라 꼬마열차! 유럽까지 쭈-욱- 도라산 평화여행’. 어린이들에게 평화와 통일을 문화로 체험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작년부터 시작된 행사이다.

총 6차례 평화여행 중 첫 번째 행사에는 마포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학부모, 교사 등 100명이 초대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통일시범학교로 지정한 이 학교 아이들의 표정은 밝고도 진지했다.

참가자들은 오전 9시 50분 서울역에서 경의선 열차에 올랐다. 기차가 신촌→일산→파주→문산을 지나 임진강역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13분. 그런데 기차가 더 이상 가지 않는다. 기차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 더 이상은 마음대로 올라갈 수 없다. 다음역인 도라산역은 ‘민간인 통제구역’이었다.

‘도라산역에 가려면 별도로 출입신고절차를 거치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1시간을 기다린 후에 헌병들의 ‘민통선 출입절차’에 따라 일행은 기차에 올라탔다. 이 길을 다니는 열차는 하루에 왕복 2차례뿐이다.

열차는 이내 임진강 다리를 건넌다. 맑은 하늘만큼 강물도 푸르기만 하다. 아이들은 창밖 경치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박창일 운영위원장은 “어제까지만 해도 강물이 불어 열차운행이 힘들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오늘은 날씨도 맑고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 기관사 최승화씨는 도라선역 열차를 운전하는 기분이 특별하다고 한다 .
ⓒ 김용국
호기심이 발동하여 기관실 문을 두드렸다. 기관사 최승화(30)씨가 들어와도 좋다는 눈짓을 보낸다. 최씨는 “도라선역 열차를 운전하는 기분은 항상 특별하다”고 말한다.

“공기가 좋아선지 어떤 날은 역에 닿으면 철로에 고라니들이 뛰어다녀요. 도라산역을 지나 북녘땅 끝까지 한 번 운전해보고 싶은데…….”

기관사에게 몇 마디 건네고 나자 벌써 기차는 종착역으로 들어선다. 도라산역은 임진강역에서 불과 3.7㎞거리이다. 이곳은 2002년 2월 김대중 대통령과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기차에서 내리니 ‘평양 205㎞, 서울 56㎞’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고속열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평양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터이다.

도라산역 밖을 나오면 개별 행동을 할 수가 없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도 없다. 오로지 버스로 몇 군데 단체관람만이 허용된다. 행사참가자들은 버스를 타고 남북출입국관리사무소를 지나 유엔군사령부의 관리지역인 비무장지대로 진입했다. 도라산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시야가 확 트인 날씨는 아니었지만 약 12㎞ 거리에 있다는 개성공단이 한눈에 들어왔다. 남쪽의 최북단에 자리 잡은 대성동 마을에 높이 솟은 태극기와 저 멀리 북녘하늘에 펄럭거리는 인공기가 남북의 대치 상황을 상징하고 있는 듯 했다.

행사에 동행한 신명자 평화 3000 이사장은 어린이들에게 당부를 했다.

“여러분, 북녘 땅을 직접 보니까 어때요? 우리 땅과 똑같죠? 세계 어느 나라 못가는 곳이 없는데 북녘 땅만 갈 수 없어요. 여러분의 간절한 염원과 힘이 모여서 통일을 이뤄요. 그렇게 되면 기차로 세계를 여행할 날이 올 거예요.”

이날의 마지막 행사는 ‘희망의 새 만들기’. 어린이들이 평양행 기차를 타는 플랫폼에 모여서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솟대를 직접 만드는 시간이다.

▲ 도라산 평화여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솟대를 만들고 있다.
ⓒ 김용국
아이들은 1시간 동안 자신의 솟대에 정성껏 색칠했다. 각자 솟대의 모양과 색깔은 다르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솟대의 끄트머리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문구도 담았다.

“하늘도 통일, 땅도 통일”
“보고 싶다, 북한친구야”
“북한 애들아 통일되어 만나자”
“통일기자 달리자”

평양 가는 기차를 기다리던 어린이들은 희망과 평화를 담은 솟대를 세우고 발길을 돌렸다. 도라산역에는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분단의 끝, 통일의 시작”이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도라산역이 또 다른 분단의 상징이 될지, 평화의 시작이 될지 어린이들은 지켜볼 것이다. 사람들이 떠난 도라산역 철길에는 솟대가 드높이 솟아 있었다.

▲ 솟대야. 북녘까지 평화와 통일의 소식을 전해주렴.
ⓒ 김용국

“통일교육, 놀이이자 문화 돼야”
박창길 운영위원장이 말하는 ‘평화여행’

▲ 박창길 운영위원장(왼쪽 서있는 이)이 임진강역에서 ‘평화여행’ 참가자들에게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김용국
돌이켜보면 30대 중반인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어렸을 때 ‘통일’하면 반공만 떠올렸다. 통일교육은 안보교육과 동의어 아니었던가.

학창시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반공 글짓기, 포스터, 웅변대회가 전부였다. 현장학습이라곤 “북괴의 남침야욕을 확인시켜주는” 땅굴 견학 정도가 되겠다.

‘평화 3000’의 ‘평화여행’은 달라진 통일교육의 방향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남쪽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거나 북쪽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평화여행은 어린이들이 직접 몸으로 느끼고 참여하는 통일교육이다.

평화의 범종 타종, 전망대관람, 통일구호 만들기, 평화통일 4행시 짓기, 국제선 수속체험, 미술체험 희망의 새(솟대)만들기 등 문화행사 위주로 진행된다.

박창일 운영위원장(평화3000 이사)은 “통일도 문화 예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의 통일운동이 일반인들이 참여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 아닙니까. 평화가 뭐냐, 통일이 뭐냐 이렇게 물어보면 어려운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통일이 놀이이자 문화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평화여행은 작년 광복60주년을 맞아 통일 행사 공모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광복60년의 의미 확산과 통일과 평화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 전파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평가를 받아 정부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만난 5학년 정지혜(12)양은 “도라산역에 솟대를 세우면서 빨리 통일이 되어 평양 구경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뜻 깊은 행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포초등학교의 박경숙 교사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아이들이 분단 상황을 직접 보면서 통일에 대해 스스로 느끼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도라산은 군사지역이라 솟대를 세우는 것도 쉽진 않았다”며 “내년에는 더욱 많은 어린이들이 참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찻길이 열리면 그땐 개성에서 이 행사를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김용국
[오마이뉴스] 2006-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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