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대북사업] 경계 너머를 상상하며! (feat. 신팀장의 판문점 방문기)

“경계 너머를 상상하며!”
– 신상선 대북사업팀 팀장의 판문점 방문기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도로는 국도 1호입니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시작하여 서울과 개성, 평양을 거쳐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1,068km의 도로인데요. 만약 북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게 되면, 신의주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도로입니다.”

“통일대교 양쪽으로 보이는 임진강은 함경남도 마식령 산맥에서 발원하여 쭉 내려와, 우리 한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갑니다.”

“남과 북은 영토상 한 나라이기 때문에, ‘출국’, ‘입국’이라는 표현 대신, 경계를 건넌다는 의미로 ‘출경’, ‘입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판문점 조감도>

 

분단은 오래 되었지만, 이곳 판문점에 오니 남북이 하나였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길이 이어지고, 강이 만나고, 사람과 물자가 왕래하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토록 가까운 물리적 거리는 남과 북이 적대적 관계를 넘어 땅과 하늘과 바다를 공유하는 ‘생명공동체’라는 사실을 더욱 실감나게 했습니다. ‘출경’과 ‘입경’이라는 단어처럼, 남과 북 사이에는 그저 ‘경계’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남과 북의 경계는 사실 그리 견고하지 않습니다. 대성동 마을이 위치한 DMZ 내에는 철조망이 없는 곳도 있고, 고작 작은 말뚝 하나가 남과 북의 분단을 나타내는 표시가 되기도 합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남북의 경계는 판문점에 위치한 약 5cm 높이의 콘크리트 턱입니다.

<T2회담장 내부에서 본 콘크리트 턱을 기준으로 왼편이 북측, 오른편이 남측>

 

판문점 하면 흔히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나란히 놓여있는 3개의 하늘색 건물과 콘크리트 턱입니다. 지난 2018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오가며 손을 마주잡은 이곳 판문점에는 장성급 군사회담이 개최되었던 T2 회담장이 있습니다. T2 회담장 내부는 군사분계선의 효력이 없고, 남과 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공동 구역입니다.

회담장 내부에는 남측과 북측 방향으로 문이 두 개 있습니다.  남측의 견학 시, 북측의 문은 굳게 닫히고, 북측의 견학 시 남측 쪽 문역시 군인들이 지키고 서있기 때문에 통행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문을 넘어 저 문으로, 저 문을 넘어 이 문으로 오고가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분단 상황을 더욱 실감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판문점 T2, T3 회담장 사이로 보이는 판문각(북측 건물)>

 

 

T2 회담장을 나와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를 걸어보고, 남과 북이 함께 심은 공동식수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남북 평화와 화합의 의미로 한라산 흙과 백두산의 흙, 한강 물과 대동강 물을 함께 부어주었다는 나무 옆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석이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았던 그날의 뜨거운 분위기가 왜 견고하게 이어지지 못했을까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던 찰나, 북측 군인들이 왜 없느냐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우리 측 안내 군인은 ‘9.19군사합의’의 결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를 남북이 약속했기 때문이라 답변했습니다. 평화는 그렇게 미약하지만 이어져오고 있었습니다. 상호간의 약속 이행을 통해서요.

<2018년 4.27판문점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함께 걸은 도보다리와 함께 심은 기념식수>

 

2023년은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판문점 회담장에 붙어있는 T(Temporary)라는 약자처럼 ‘일시적’일거라 생각했던 적대와 대결은 안타깝게도 70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같아야 합니다. 평화와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하여 남과 북은 함께 협력하며 만나야합니다.

오래전 중국 방천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 3개국의 접경지역인 그곳에는 국제버스가 다닙니다. 우리 돈으로 약 3천원. 3천원으로 국경을 넘을 수 있다니, 얼마나 신기한 일이던지요.

이곳 판문점에서 경계 너머를 상상해봅니다. 꼭 통일이 아니더라도, 이곳 판문점이 길과 물자와 사람이 오가는 나들목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물자와 사람이 자유롭게 오가며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는 곳. 사이가 좋을 때에도 나쁠 때에도 함께 맺은 약속이 견고하게 지켜지는 곳.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곳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상상에 상상에 상상을 더해, 이러한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This Post Has 0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