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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 “인도지원은 인권개선의 주요 수단이기도 해”

 

▲ 민화협 통일공감포럼은 30일 오후 서울글로벌센터에서 ‘북한인권과 인도주의,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주제로 3차 통일공감대화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과거 1990년대 후반 북한이 겪었던 고난의 행군 시절 30만~1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가 대북 인도지원을 했다면 희생자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건 반인도적 범죄행위이다.”

‘북한의 인권과 인도주의,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주제로 30일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통일공감포럼 제3차 통일공감대화에서 박창일 평화30000 운영위원장(신부)은 “긴급구호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 만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북한의 지도자가 우리 맘에 들든 그렇지 않든 무조건 보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95년부터 대북인도지원 활동을 벌여 온 박 신부는 정부가 나서지는 못할망정 민간단체에서 진행하겠다는 지원활동마저 불허하려는 최근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에서 인도주의자로 살기가 이렇게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100여 차례 북한에 다녀 본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은 ‘유일영도체계’를 지도적 규범으로 삼아 운영되는데,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이 있는 한 이에 반하는 자유권, 사회권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북한에서 인권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실은 인권문제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만큼 대북 인도지원은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중 접경 무역상들이나 북한 방문자들에게 들어보면 국제사회의 제재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여전히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형편이 열악한 것은 사실인 만큼, 인도지원을 통해 북한인권 개선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천식 통일공감포럼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대담은 김천식 통일공감포럼 공동대표의 사회로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최대석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장, 박창일 평화3000운영위원장,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이 참여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천식 대표의 질문에 대담자들은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에서는 때로 격렬하게 상대를 공박하면서 뜨거운 분위기에서 대담을 이어갔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최대석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장은 “수재에도 불구하고 쌀값이나 환율에 큰 변동이 없었던 것은 시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북제재 이후에도 북한의 민생이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북한 경제가 최근 크게 나아진 것도 없지만 제재 때문에 악화된 것도 특별히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말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도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달리 취약계층을 제외하고는 먹고 사는데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 최대석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인권문제를 자유권적 기본권과 사회권적 기본권으로 나누어 보는 시각에 대해서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소위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자유권과 사회권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는 논쟁은 풀어서 말하면 ‘빵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과 ‘빵 없이 살 수 없다’는 두 가지 이견을 풀어서 하는 다른 표현이다. 북의 상황은 맞아죽는 사람도 굶어죽는 사람도 있는데, 어느 쪽이 더 괴로운 지를 토론해 보자는 잔인한 표현이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신부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북한이 약간씩 변하는 것도 있고 직접 접촉을 통해서 북한 사람들에게 인권의식과 개념을 심어주는 경우도 있다”며,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압력과 함께 지원을 병행하는 국제사회의 일반적 관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결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상호 교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유엔과 미국도 수해지원을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하지 않겠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접근법이 서로 달라서 쟁점 해소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법 제정에 11년이 걸린 것과 관련, 박 신부는 “북한인권법에는 법 제정 목적으로 인권 개선과 인도지원이 함께 들어가 있는데 일방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고 남북관계가 악화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해 3만명의 탈북민을 조사해 인권탄압 실태조사를 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그 결과를 축적해 두었다가 통일 후에 북한 지도부를 국제법정에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통일 후 2,700만명 전체를 조사하면 다 나올 일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북한인권법은 마치 칼과 같다. 과일을 깎고 요리를 하는데 쓰면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데 써서는 곤란하다. 칼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대석 교수는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먼저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소홀히 대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앞으로 사회적 합의에 의해 운영되어야 하는데, 이런 문제를 더 중점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윤여상 소장은 “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해온 역할의 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평가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과 박창일 평화3000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북정책 차원에서 북한인권법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최 교수는 “정부의 대북인권정책을 대북정책과 어떻게 연관지어 시행할 것인가는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대북인권 정책의 목표를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에 두고 정치공세화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현준 원장은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며 공공연하게 압박하는 식은 곤란하다”며, 안전보장 약속과 은밀한 시행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인권법에 따라 취해지는 대북 압박이 남북관계 발전과 병행할 수 있느냐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고려해야 할 지점을 말해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대해 윤 소장은 “북한 인권개선과 남북관계 발전은 본질적으로 상충될 수 없다”며, “정부는 두 개 정책 영역간에 조정역을 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도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유엔을 탈퇴하거나 EU국가와 수교관계를 끊지는 않지 않느냐”며, “인권이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정부가 북한의 인권에 대해 말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이다”라며, “사이가 나쁜 사람이 말하면 귀 기울여 듣지만 삐라를 뿌리는 등 보기 싫은 사람이 말하면 듣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조언했다.

“인권문제와 민족의 화해, 남북관계 진전을 병행해서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지만 공개와 비공개, 정부와 민간을 잘 엮어서 대결적이지 않은 화해·협력의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우정있는 설복’이라는 것이 틀린 방법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북한의 인권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개별적인 접근보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시급하고 실현가능성이 크며 국제적 공조가 가능한 방법부터 시작하되 지금 실현 가능한 것과 앞으로 실현해야 할 것, 그리고 작은 성과가 축적되면 결국 현실화딜 수 있는 안건, 그리고 결과로서 개선될 수 있는 실용적 태도를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주체사상에 친한 사람 이야기는 듣고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은 흘려들으라는 말은 없다. 접촉은 대면접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를 보내서 하는 접촉도 있다”라며, “접촉의 방법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취사선택의 결정도 결국 북한 주민이 하는 것”이라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최근 민화협이 북한 함경북도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모금에 대한 마지막 토론이 제기되면서 대담은 더욱 뜨거워졌다.

윤 소장은 지난주 수해지역을 돌아보고 왔다며, 아파트를 제외하고 개인 주택은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보도 이상으로 상황이 훨씬 참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대가성이 없고 긴급한 지원이어야 하고 상대의 요청이 있어야 할 때 하는 것이지, 결혼식 부조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신부가 “수해 현장을 다 보고 왔다면서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 도와주어야 진정한 인도주의자가 아니겠느냐”고 하자, 윤 소장은 “영어선생이 수학선생한테 왜 영어 가르치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큰 의미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 인권개선 단체와 인도지원 단체는 각자의 일을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북핵문제가 워낙 위중하니까 정부가 긴급구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2004년 북측에서 룡천역 사고가 났을 때 당시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천막당사 시절의 새누리당이 대북지원을 먼저 제안했고 조선일보가 긴급구호물품을 모았던 기억이 있다. 참사가 과장되었을지는 모르지만 곧 영하의 날씨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없는 영유아 방한복도 보내지 않는다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취지가 무색한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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