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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희망의 다리 덕분에 한 시간 걸리던 등교 시간이 3분 됐어요”

<기획특집> “희망의 다리 덕분에 한 시간 걸리던 등교 시간이 3분 됐어요”
‘사단법인 평화3000’ 베트남  까마우성에 ‘사랑의 집’과 ‘희망의 다리’ 준공

 

▲ 까마우성의 마을 주민들과 관계자들이 박창일(가운데) 신부와 함께 평화3000이 세운 희망의 다리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까마우 까이랑본당 주임 마르티노 응웬 황혼 신부가 다리가 없어 스티로폼 재질의 부표로 집과 집 사이를 이동하는 모습.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처럼 10년간 꾸준히 나눈 사랑 덕분에 가난으로 고통받던 지구촌 이웃들 삶의 터전이 달라졌다. 사단법인 평화3000(상임대표 곽동철 신부)이 2008년부터 추진해온 베트남 주거환경 개선사업 덕분이다.

 

평화3000은 지난 10년간 베트남 서남단 메콩델타 지역에 있는 까마우(Ca mau)성(城)에 ‘사랑의 집’ 610채와 ‘희망의 다리’ 30개를 지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집 57채와 다리 2개가 새로 지어졌다. 지난 6일 까마우의 외진 시골 마을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만난 주민들 얼굴엔 희망과 행복의 꽃망울이 피어나고 있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5시간 떨어진 베트남의 남부 대도시 호찌민(옛 사이공). 호찌민에서 다시 360㎞ 떨어진 서남단 끄트머리 까마우는 한국의 해남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인구 120만의 도시다. 베트남의 젖줄인 메콩 강이 4000㎞ 넘게 흘러 바다와 만나는 곳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작은 삼각주들로 이뤄져 있다. 오토바이와 함께 배가 주요 교통수단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은 4~11월이 우기다. 이땐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쏟아졌다가 그치길 반복한다. 그래선지 하늘에서 본 까마우는 ‘홍수 난 땅’, 물이 없는 곳은 ‘성난 땅’으로 보였다. 군데군데 경작지도 있었지만 대부분 빈 땅이었다. 짙은 염분을 머금은 바닷물로 농사를 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희망의 다리’와 ‘사랑의 집’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운영위원장 박창일(예수성심전교수도회) 신부와 신상선 간사, 기자 일행은 까마우 공항에서 다시 차를 타고 1시간을 들어갔다.

 

희망의 다리 준공식 현장에는 주민들이 세워놓은 울긋불긋한 깃대들이 펄럭였다. 깃대 뒤로 하늘색 ‘희망의 다리’가 보였다. 이 다리는 마을에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흑미2초등학교’ 바로 맞은편에 세워진 다리 덕분에 주민들 삶의 질이 높아졌다. 30m 남짓한 이 다리로 수심이 얕은 곳까지 돌아가느라 1시간은 족히 걸리던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 단 3분으로 줄었다. 평화3000이 다리를 지어주기 전까지 주민들은 평생 불편함을 무릅쓰고 살아왔다. 개당 600만 원인 건축비용이 없어서였다.

 

마을 이장 장유이똔씨는 “3개월 전만 해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려면 부모의 도움으로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했다”면서 “평화3000 덕분에 마을이 다시 태어났다. 우리를 도와준 한국의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워했다.
희망의 다리에서 차로 40분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사는 레이 티 선(49)씨는 평화3000의 610번째 ‘사랑의 집’ 수혜자다. 최근 새집을 분양받고는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새집을 선물 받기 전에는 야자나무와 바나나 나무 따위로 얼기설기 묶어 지은 집에 살았다. 우기엔 비만 오면 들이치는 바람에 늘 몸이 젖어 잠을 잘 수도, 생활하기에도 고통스러웠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면 기둥과 문짝이 힘없이 꺾여나갔다. 당뇨를 앓는 그는 남편을 여의고 20년을 이런 집에서 딸을 키우며 살아왔다. 집 앞에서 행인에게 음료수를 팔아 버는 1달러가 하루 수입의 전부였다.

 

레이 티 선씨는 “제가 가톨릭 신자도 아닌데 성당을 통해 새집을 받게 돼 정말 꿈만 같다”며 “이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 평화3000 운영위원장 박창일 신부

 

 

“지난 10년간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가톨릭교회에 대한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7일 호찌민 예수성심전교수녀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박창일 신부는 “베트남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공산당 간부가 우리를 따라다니며 감시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젠 그들이 우리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 어려운 지역이 어디라고 말해줄 정도”라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공산주의는 과학이요, 종교는 미신’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지금도 외국인의 선교는 물론,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은 모든 종교 행위가 불법이다. 그래서 외국인 성직자와 수도자는 수단, 수도회복도 못 입는다. 박 신부가 베트남 사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가톨릭교회에 대한 인식 변화까지 이끌어낸 비결은 까마우의 까이랑본당(주임 마르티노 응 웬 황혼 신부) 공동체와 사업을 함께 추진했기 때문이다.

 

“공산당 간부들과 본당, 평화3000이 함께 협력해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한 게 주효했습니다.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꾸준히 지원하니 좋아할 수밖에요. 처음엔 당 간부와 만나는 것조차 꺼리던 황혼 신부님은 이젠 지역사회 해결사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집과 다리를 지을 때 주민이 참여해 서로 품앗이를 하게 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게 한 것도 효과적이었습니다.”

 

평화3000은 베트남 주거환경 개선사업 이외에도 빈곤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비롯해 △화장실ㆍ식수 탱크 설치 사업 △보건의료사업 △장학사업 등을 펼쳐왔다.

 

박 신부는 “더욱 놀라운 일은 까이랑본당 소속 공소였던 ‘라우여공소’가 올해 2월 본당으로 승격된 일”이라며 “교구장 주교의 요청도 없었는데 당이 먼저 나서서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하는 데 앞장선 일은 베트남 교회는 물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사례”라며 놀라워했다. 이어 “더 많은 분이 해외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고 부탁했다.

 

사단법인 평화3000
‘나눔과 평화의 공동체 실현’을 기치로 2003년 11월 설립됐으며, 해외개발구호사업과 대북지원사업, 국내 빈곤 아동 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사업을 펼쳐온 통일부 등록 비영리 민간단체(NGO)다. 상임대표는 곽동철(청주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며, 박창일(예수성심전교수도회) 신부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무국은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 있다. 누리집(www.peace3000.net), 후원 문의 : 02-723-9475, 사무국

 

베트남 교회는
베트남의 가톨릭 신자 수는 633만 2700여 명으로 인구(9649만 명) 대비 복음화율은 7%다. 대교구 3곳을 포함, 총 26개 교구가 있으며, 본당은 2228개, 사제 수는 2668명이다.(2017년 말 기준)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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