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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평화3000, 베트남 까마우성 후원 (하) ‘희망의 다리’

나뭇조각 엮어 만든 다리 허물고, 주민들 안전하게 이어주다

까마우성 까이늑현에 있는 다리.

– 위험한 원숭이 다리
금방 부서질것 같은 다리 위
흔들리는 뗏목 타고 강 건너
공공사업 진행에 제약 많아

– 튼튼한 희망의 다리
500만원 들여 4개월간 공사
까마우성에 24개 다리 뚝딱
가톨릭교회 알리는 데 한몫# 아슬아슬 생명을 위협하는 ‘다리’

10살 남짓한 어린 소년이 나무로 엮어 만든 ‘임시 뗏목’을 타고 가느다란 밧줄을 잡아당기면서 아슬아슬하게 강을 건너온다.흔들거리는 뗏목을 가리키며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소년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소년의 순수한 대답과 달리 사실 이곳에서 강을 건너다 익사사고를 당하는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베트남 까마우성 까이늑현 곳곳에서는 강을 건너기 위해 나뭇가지를 이어 만든 일명 ‘원숭이 다리’를 볼 수 있다. 그나마도 없는 곳에서는 널빤지 같은 나뭇조각들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임시 뗏목’을 만들어 쓴다. 언제 부서져 내릴지 모르는 다리와 흔들리는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려면,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위험한 상태로 매일 강을 건너다닐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11월 14일 까마우성 까이늑현 동토이리에서 ‘희망의 다리’ 준공식을 마치고 관계자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베트남의 최서 남단에 위치한 까마우성은 수백 개의 개울과 하천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그러다보니 강과 마을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성내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까이늑현은 그야말로 강줄기로 둘러싸인 오지 마을이다. 까이늑현에 가기 위해선 호치민 국제공항에서 ‘슬리핑(sleeping)버스’를 타고도 8시간을 달려야 한다. 그리고 다시 차로 30분을 이동하고 나서야 까이늑현 마을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선 오토바이 혹은 배로 몇 개의 다리를 건너고 건너 20여 분간 마을 깊숙이 더 들어가야 한다.

강가를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주민들을 이어주는 건 위험천만해 보이는 다리와 뗏목이 전부다. 하지만 이곳에선 다리를 제대로 건설하는 게 어렵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공산국가인 베트남에선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공시설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업이든 실시하기 위해선 인민위원회를 통한 논의와 승인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까이늑현은 외곽에 위치해 공공의 혜택이 닿기 더욱 힘든 지역이다. 그런 까이늑현에 사단법인 ‘평화3000’이 찾아갔다.

 

까마우성 까이랑본당 앞에 위치한 희망의 다리 모습.

 

#‘죽음의 다리’에서 ‘희망의 다리’로

‘평화3000’이 11월 14일 베트남 까마우성 까이늑현 동토이리에서 ‘희망의 다리’ 준공식을 열었다. ‘희망의 다리’는 ‘평화3000’을 통해 모인 한국인들의 후원금으로 세워졌다.

길이 56m, 폭 2m인 ‘희망의 다리’ 하나를 건설하기 위해선 한화로 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사랑의 집’과 ‘희망의 다리’를 세울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선 약 한 달에 걸쳐 후원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 이번 까이늑현에 집과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평화3000’은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일단 캠페인을 통해 후원금이 모이면, ‘평화3000’은 베트남 꺼터교구 까이랑본당(주임 황혼 신부)에 몇 개의 다리를 건설할 수 있는지 알리고, 베트남 지역 주민들을 고용해 공사를 진행한다. 대개 약 4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치면 지역 주민의 삶과 삶을 이어주는 ‘희망의 다리’가 완공된다.

‘평화3000’은 2008년부터 베트남에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지원해 왔으며, 2013년부터는 ‘희망의 다리’와 ‘사랑의 집’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까마우성에 총 24개의 ‘희망의 다리’가 건설될 수 있었다. 2016년 하반기에는 ‘희망의 다리’ 6개를 건설, 까마우성 곳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희망의 다리’ 사업은 지역주민의 편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가톨릭교회를 알리는 데도 큰 몫을 해냈다. 다리가 건설되기까지 꺼터교구 까이랑본당이 교두보 역할을 한 덕분이다. 특히 까이랑본당 사목위원들이 직접 나서서 건설 과정을 살펴, 마을 주민들과 인민위원들에게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까이랑본당 주임 황혼 신부는 한국의 모든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여러분들의 후원을 통해 건설된 ‘희망의 다리’를, 우리 본당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좋아해 본당 신부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 ‘평화3000’ 운영위원장 박창일 신부

“이젠 우리가 베트남 도와줄 때… 다음 목표는 교육 지원”

사단법인 ‘평화3000’에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창일 신부(예수성심전교수도회)는 “베트남에서 ‘평화3000’의 역할은 ‘그림자’”라고 정의했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베트남 본당 공동체를 위해 뒤에서 함께 하는 존재라는 의미에서다.‘평화3000’은 2013년부터는 베트남 까마우성을 지원, 지역 인민위원들이 까이랑본당(주임 황혼 신부)을 신뢰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그 실무의 중심에는 박 신부가 있었다.

박 신부는 “함께 일하면서 안면을 익히고 밥 한 끼 먹으면서 관계가 맺어지는 곳이 베트남이다”라고 말하며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베트남 꺼터교구 까이랑본당과 인민위원과의 ‘관계’를 만들기까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종교 활동이 제한되는 공산국가여서, ‘가톨릭 신부’라는 사실을 숨기고 활동해야 했다. 박 신부는 각종 장애물들을 ‘오직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넘어섰다.

그런데 왜 ‘베트남’을 후원하게 됐을까? 박 신부는 “과거 베트남전 참전으로 인해 한국은 경제적 발전을 이뤘지만 그만큼 베트남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말하고, “이제는 베트남보다 잘 살고 있는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베트남은 젊은이들의 비율이 높아 발전가능성이 많고 젊은이들의 자립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곳이기에 이곳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평화3000’은 베트남 후원 사업을 거창하게 진행하거나 꾸미려 하진 않는다. 우선은 현재 지역 주민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다리 건설과 집짓기를 충실히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다음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교육 지원에 더욱 힘을 싣고자 한다. 현재 ‘평화3000’은 해마다 베트남 까마우성 초·중·고등학생 30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문턱을 넘어보지도 못하고 도움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박 신부는 “교육을 통해 가난을 벗어날 수 있고,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서 교육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박 신부는 “신앙의 기본은 나눔”이라고 강조하고, “내가 가진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며 사는 것이 참다운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
발행일2016-12-04 [제302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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