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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평화3000, 베트남 까마우성 후원 (상) ‘사랑의 집짓기’

작은 기부로 새 보금자리 선물… “가슴속 가족 생겼어요”

11월 14일 휀티피엔 할머니가 입주할 ‘사랑의 집’ 준공식에서 (사)평화3000 및 지역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 깜언, 감사합니다

“깜언~ 깜언~”

후원자의 손을 잡은 휀티피엔(68) 할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휀 할머니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 사람들과 긴 대화를 나누긴 어렵다. 하지만 진심을 전하기엔 ‘깜언’ 한 마디로 충분했다. ‘깜언’은 ‘감사합니다’란 뜻의 베트남어다.

휀 할머니에게 손을 내민 손재경(다미아노·대구 두류본당)·김인주(레지나)씨 부부는 사단법인 ‘평화3000’(상임대표 곽동철 신부)을 통해 ‘사랑의 집짓기’를 후원하고 있다. 부부는 “작은 기부를 했는데 이렇게 한 가정의 집으로 완성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가슴속에 가족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말로는 다 하지 못했지만, 두 가족의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휀 할머니는 베트남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까마우성 외곽에 살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휀 할머니는 그의 딸과 어린 손자 둘까지 돌보며 지낸다. 게다가 3대 가족 모두가 같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말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수준이다. 때문에 가족 간에도 소통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장애 상태가 조금 덜한 할머니는 이웃집에서 돼지 치는 일을 해 먹을거리를 구해온다. 하지만 할머니가 버는 돈만으로는 네 식구가 하루 한 끼를 먹는 것도 힘겹다. 부엌이라고 따로 마련돼 있지도 않다. 방 한 켠에 있는 낡은 상 위에 그릇 몇 개가 있는 것을 보고, 부엌 공간이려니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가족들의 사정을 잘 아는 이웃 주민들이 조금씩 도와주지 않았다면 온 가족이 굶다 지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거주하는 곳이 너무 외진 지역이라 정부 지원의 손길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겨운 지경이다 보니, 집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벽은 나뭇잎으로 엮고, 땅바닥에 돗자리 한 장을 깔고 온 가족이 모여 지낸다. 지난 우기 내내 비바람에 시달린 나뭇잎 벽은 더욱 위태롭게 서 있다. 돗자리 한 장으로는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도 막기 어렵고 벌레와 병균 등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도 어렵다.

다행히 할머니네 가족들은, 그들의 딱한 사연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추천을 받아 ‘사랑의 집’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 베트남까지 이어진 후원의 물결

‘사랑의 집’은 사단법인 ‘평화3000’과 베트남 정부, 현지 주민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만드는 집이다.

베트남은 공산국가다. 때문에 집을 짓기 위해서 먼저 정부가 대지를 제공해야 한다. 대지가 마련되면 ‘평화3000’은 한국 신자들이 후원한 기금을 지역교회를 통해 전달하고, 지역 주민들이 건축비 일부와 노동력 등을 분담해 콘크리트 벽돌집을 완성하게 된다. 한국 신자들이 알음알음 모아준 정성이 아시아 가난한 이웃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으로 열매 맺은 것이다.

베트남 까마우성 인민위원회는 각 지역에서 추천한 이들을 대상으로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사랑의 집’ 입주자를 선정한다. 휀 할머니도 지역 주민들의 추천과 인민위원들의 논의 등을 거쳐 입주자로 선정됐다. ‘사랑의 집’ 공사는 까마우성 꺼터교구 까이랑본당(주임 황혼 신부) 사목위원들이 맡아 진행한다.

그래도 휀 할머니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지역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까마우성 외곽에 있는 이 마을은 베트남의 수도 호치민에서 버스로 8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외진 곳이다. 기본적인 복지는 고사하고, 작은 보건소에 가려 해도 20㎞ 이상 이동해야 한다. 이 마을에는 휀 할머니와 같이 좁고 딱딱한 바닥에 몸을 누이고 사는 이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모두들 부엌도 없이, 집 앞에 있는 강에서 정화되지 않은 물을 퍼다 쓴다. 이 때문에 수인성 전염병을 앓는 주민들이 늘 넘쳐난다.

‘사랑의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주민들은 줄지어 서 있지만, 후원금으로 모든 공사기금을 충당할 수는 없기에 집짓기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부엌도 화장실도 없이 달랑 방 한 칸짜리 집을 짓기 위해서도, 약 100만원의 후원금이 필요하다. 입주를 기다리는 수많은 후보자들 중, 상대적으로 더 어렵고 더 힘든 처지에 놓인 가정을 우선 대상으로 정하는 일도 만만찮다.

이번에 ‘사랑의 집’에 입주한 또 다른 가족인 레번롱(68)·전태욱(67)씨 부부 역시 평생 집을 갖지 못한 채 딸의 집에 함께 살다가, 처음으로 부부가 살 수 있는 집을 얻게 됐다.

한편, ‘평화3000’은 11월 14일 베트남 까마우성 현지에서 ‘사랑의 집’과 ‘희망의 다리’ 준공식을 마련했다. ‘평화3000’은 올해 상반기 후원금을 베트남 까마우성 지역 내에 집 41채와 다리 6개를 세우는 공사비로 지원했다.

‘평화3000’이 지난 2008년부터 베트남에 세운 ‘사랑의 집’은 총 472채다. 또 ‘희망의 다리’ 24개를 지을 수 있었다. ‘평화3000’은 베트남 외에도 라오스와 필리핀 등 해외 가난한 지역을 선정해 각 지역 주거환경 개선과 보건의료 지원, 장학사업 등의 개발 구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평화3000’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창일 신부(예수성심전교수도회)는 “이 사업은 가톨릭 신자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돕고자 시작된 사업이다”면서 “하지만 이 사업을 통해 지역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가톨릭교회 역시 신뢰를 받아 선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원 사업의 의미를 전했다.

※문의 02-723-9475 평화3000
※후원계좌 우리 1005-801-279661 (예금주 : (사)평화삼천)

(사)평화3000 상임대표 곽동철 신부가 ‘사랑의 집’에 입주하게 된 휀티피엔 할머니에게 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레번롱·전태욱씨 부부와 가족들이 새로 입주한 ‘사랑의 집’(사진 오른쪽 집)을 소개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 베트남과 가톨릭교회

종교활동 금지된 국가
지속적 나눔에 긍정적

한국 신자들의 사랑 나눔이 베트남에서 가톨릭교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넘어서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공화국으로, 의례적으로는 헌법을 통해 종교 자유를 허용한다. 하지만 종교단체의 활동은 엄격히 규제된다. 선교사들의 활동 또한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단법인 ‘평화 3000’이 베트남에 ‘사랑의 집’과 ‘희망의 다리’를 짓기 위해 처음 나섰을 때도, 베트남 인민위원들은 교회 관련 활동과 지원을 펼치는 것으로 인식해 지역 본당 신부들조차 감시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가 없는 사랑 나눔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지역 주민들은 물론 인민위원들도 가톨릭교회가 가난한 이웃을 위해 공공의 사업을 하는 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동참하고 있다.

베트남 인구의 대다수가 불교신자다 보니, 불교문화는 베트남 국민들의 생활문화 전반에 깔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가톨릭신자 수는 불교 신자의 뒤를 잇는다. 현재 베트남교회는 675만6303명의 신자와 5386명의 사제, 3638개의 본당공동체로 구성돼 있다.

베트남교회의 역사는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에 의해 시작됐다. 하지만 베트남교회는 17세기부터 약 300년간 박해를 겪었다. 이 기간 동안 12만 명에 달하는 신자들이 희생됐고, 그 중 117위는 성인품에 올랐다.

이후 1858년 프랑스가 베트남을 점령하면서, 가톨릭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식민기간 동안 프랑스 선교사를 통해 전파된 가톨릭은 종교뿐 아니라 문화 곳곳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1976년 베트남이 사회주의공화국이 되면서 종교적 제약이 생겨났다.

 

가톨릭 신문: 발행일2016-11-27  [제3021호, 9면]

베트남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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